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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선일보] 파크골프에 빠진 한국… 대회만 500개, 대학에 학과까지

    작성일 : 2025-10-09 조회수 : 133
  • 파크골프에 빠진 한국… 대회만 500개, 대학에 학과까지

     
    파크골프 인구 5년 새 5배로 급증
    지난 달 8일 경북 고령군 대가야파크골프장에서 ‘제6회 영진전문대 파크골프 대회’가 열렸다. 2022년 국내 최초로 파크골프 경영과를 개설한 영진전문대가 개최했다. 파크골프 경영과 재학생과 졸업생 500여 명이 실력
    지난 달 8일 경북 고령군 대가야파크골프장에서 ‘제6회 영진전문대 파크골프 대회’가 열렸다. 2022년 국내 최초로 파크골프 경영과를 개설한 영진전문대가 개최했다. 파크골프 경영과 재학생과 졸업생 500여 명이 실력을 겨뤘다./ 김동환 기자
    지난달 8일 오전 경북 고령군 대가야파크골프장. ‘영진전문대 파크골프 대회’가 열렸다. 골프채를 든 사람은 영진전문대 파크골프 경영과 재학생과 졸업생. 30대부터 80대까지 500여 명이 필드를 돌며 실력을 겨뤘다.

    이 대회는 2022년 국내 대학 최초로 파크골프 경영과를 개설한 대구 영진전문대가 개최했다. 올해 6회째다. 첫해 32명이었던 파크골프 경영과 신입생은 올해 383명이 돼 3년 만에 12배로 늘어났다. 자체 대회를 치르고도 남을 정도로 과 규모가 불어난 것이다.

    조진석 학과장은 “요즘 학생 수가 줄어 학교마다 신입생 모집에 애를 먹는데 파크골프 경영과는 예외”라며 “이제 파크골프를 노인들이 즐기는 취미 생활 정도로 생각하면 안 된다. 위상이 달라졌다”고 말했다.
     
    그래픽=김의균
    그래픽=김의균
    전국 대회 500여 개

    대한파크골프협회에 따르면, 국내 파크골프 인구는 22만1000명으로 2020년(4만5000명)에 비해 5배로 늘어났다. 파크골프장은 같은 기간 254곳에서 490곳으로 증가했다. 협회 관계자는 “협회에 등록해 회비를 내는 회원만 그 정도”라며 “실제 파크골프 인구는 60만명이 넘을 것”이라고 했다.

    전국에서 열리는 크고 작은 파크골프 대회는 500개가 넘는다. 대통령기, 문화체육관광부장관기 대회도 있다.

    3~4년 전만 해도 500만원 안팎이던 우승 상금은 최근 3000만원까지 뛰었다. 강원 화천군이 매년 8~9월 산천어파크골프장에서 여는 ‘산천어 전국 파크골프 페스티벌’은 남녀 MVP 상금이 각 3000만원이다. 총상금은 1억9120만원이다. 협회 관계자는 “요즘에는 전국 대회를 돌면서 상금을 노리는 ‘상금 사냥꾼’도 생겼다”고 했다.

    화천군은 작년 7월 전국 최초로 파크골프 실업팀을 창단했다. 선수 6명을 모집하는 데 600여 명이 지원해 경쟁률 100대1을 기록했다. 남녀 각 3명으로 나이는 40~60대다. 매달 220만원씩 훈련 지원금을 받으며 화천군 유니폼을 입고 전국 대회에 출전한다. 화천군 관계자는 “적은 예산으로 ‘파크골프 성지(聖地)’ 화천군을 전국에 알릴 수 있다”고 했다.
     
    지역 경제에도 훈풍

    대회를 주도하는 건 지방자치단체들이다. 침체한 지역 경제에도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화천 산천어파크골프장 이용객은 2021년 7월 개장 후 4년간 180만명에 달한다. 이 중 절반(90만명)이 수도권, 경북 등에서 왔다. 화천 군민(2만2500명)의 40배에 달하는 사람이 파크골프를 치러 화천군을 찾은 것이다. 화천군 관계자는 “그동안 겨울에 하는 산천어 축제밖에 없었는데 사계절 동네가 북적이게 됐다”고 했다.

    경북 고령군은 13일부터 4주간 제2회 대가야배 전국 파크골프 대회를 연다. 총상금 5700만원 규모다. 전국에서 파크골프 마니아 2200여 명이 참가한다. 고령군은 참가비 3만원 중 1만원을 고령 지역 식당 등에서 쓸 수 있는 고령사랑상품권으로 돌려준다. 이남철 고령군수는 “지역 경제 활성화 효과 등을 고려하면 상금 5700만원이 아깝지 않다”고 했다.

    파크골프 산업이 성장하면서 스크린 파크골프장이나 파크골프 용품점을 창업하는 사람도 많다. 경남 통영에서 어린이집을 운영했던 이형노(65)씨는 작년 2월 어린이집을 개조해 파크골프 연습장과 스크린 파크골프장을 지었다. 이씨는 “어린이는 갈수록 주는데 파크골프 마니아는 계속 늘어 업종을 바꿨다”고 했다.

    파크골프 여행 상품을 파는 여행사도 호황이다. 국내와 일본의 유명 파크골프장과 주변 관광지를 묶어서 상품을 만든다. 여행사 대표 최모씨는 “파크골프장 예약만 잡으면 상품 판매는 신경을 안 써도 될 정도로 문의하는 손님이 많다”고 했다.
     
    대학에는 파크골프과 개설 붐

    영진전문대에 학생이 몰리면서 대학가에 ‘파크골프과’ 개설 붐이 일고 있다. 대구보건대는 올해 스포츠재활학과에 파크골프 전공을 신설했다. 파크골프 부상 전문 재활 프로그램을 강조한다. 부산과학기술대, 경북 경산 호산대, 경북전문대는 내년도 신입생 모집을 준비하고 있다. 4년제 대학인 대구사이버대도 내년에 ‘파크골프복지학과’를 연다. 대구사이버대 관계자는 “이미 비슷한 학과가 많지만 그래도 여전히 수요가 많다고 본다”고 했다.

    2년제 대학들은 현장 실습과 온라인 수업을 함께 진행한다. 심판 자격증 취득, 파크골프장 경영 등 수업도 있다. 졸업하면 전문학사 학위를 받을 수 있다. 영진전문대의 경우 30~40대 신입생이 늘면서 2022년 개설 첫해 68세였던 재학생 평균 연령이 올해 59.6세로 떨어졌다.

    ☞파크골프

    1983년 일본에서 시작된 일종의 ‘미니 골프’다. 골프와 비슷하지만 더 짧은 코스를 돈다. 골프채는 한 가지로, 주먹만 한 플라스틱 공을 친다. 멀리 골프장까지 갈 필요가 없고 배우기도 쉬워 인기가 많다. 최근 20~40대까지 몰리며 파크골프 인구가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고령=노인호 기자 ssun@chosun.com